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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3 먹어야 산다 0. Pilot (19)
0.
월요일이 데이타베이스 시험입니다.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딴 짓에 빠져드는데.

그래서 불현듯 갑자기 먹고싶어지는 한 떨기 아름다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까르보나라가 심각하게 쉽다고 하는 사과도 한 알 있고 해서,
'훗! 내 저력을 보여주지! 면류 요리만 어언 4년. 이제 짜파게티에서 벗어날때도 되지 않았나!' 하면서 즐겁게 마트를 향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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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과한테 물어봐서 뭘 사야 하는지 핸드폰에 적어서 품에 꼭 안고 갔지요.
우유, 생크림, 식용유, 면발, 양송이 버섯, 베이컨, 마늘-
아, 마늘은 집에 있었지? 하면서, 마늘은 슥슥 지웠답니다.


1.
첫 번째이자 유일한 난관이었습니다.
생크림을 못 찾겠다는거!

유제품이 진열된 코너에는 두가지 종류의 크림이 있었습니다.
무설창 1000ml짜리 휘핑크림과, 설탕이 들어있는 250ml짜리 토핑크림.
예전에 과자집 만들 때 1리터짜리 휘핑크림을 샀다가 썩혀 버린적이 있기 때문에,
괜히 큰거 사서 썩혀버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크림 소스란 음식은 달면 안되는거지요. 어쩌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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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250ml짜리 토핑크림을 샀습니다.
네. 실패입니다. 이 순간 부터 이미 제 까르보나라는 실패였던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이 때의 저는 한 손으로 가뿐하게 토핑 크림을 장바구니에 넣고
프링글스를 살까 말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
프링글스는 어제 먹었으니 사지 않기로 하고는, 스스로 장하다고 칭찬을 하며 마트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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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집에 오자 마자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핫플레이트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소스나 면 둘중에 하나를 먼저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면쪽이 먼저 해둬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소금을 한스푼 넣고- 스파게티 면을 넣고- 휘휘 저어가면서 7분 30초.

하면서 소스 만들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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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베이컨과 양송이를 넣고~ 굽다가~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졸인다음에~ 면을 넣고~

까르보나라 주제곡을 흥얼거립니다.


4.
그러나... 소스만들기 1단계.
마... 마늘님이!

괴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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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늘 없이 어떻게 까르보나라를 만들지?!
사실 마늘 있는지 없는지 구별 못하는 코를 가졌으니까요☆ 괜찮습니다.
그냥 식용유 조금에 양송이(와 약간의 피), 베이컨을 넣고 볶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파스타님은 체에 걸려서 물기를 빼고 계셨지요.


6.
그리고는 프라이팬에 적절한 양의 토핑크림(오답입니다.)과 우유를 넣고,
슬슬 졸이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건


.....
어쩜 이리 강력한 단맛이 난답니까!


7.
그렇습니다. 이미 실패한 재료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고 있었던거죠.

어차피 올려버린 막장테크, 갈 때 까지 가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체에서 쉬고 계시던 면발촉수를 잠시 다른 그릇에 옮기고
설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프라이팬의 내용물을
체에
걸렀습니다. -ㅅ-


8.
그리고 다시 우유를 붓고 조리 재개!
단맛은 소금으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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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고 생각하고 소금을 쳤더니
왠지 스택 오버플로stack overflow된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10.
'젠장. 이러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우유를 재투하!
.. 그러나 어차피 졸이는 음식이라 아무 소용 없다는걸 15초 뒤에 눈치챕니다.
.... 생각은 발톱의 때로 합니다. ... 하는 수 없이 계속 빌드만 올리지요.
(그리고 그림 그리기는 귀찮아짐 .. )


11.
가끔 휘휘 저어가며 적당히 졸인뒤에
쉬고계시던 면발을 투하. 또 적당히 볶았습니다.


12.
드디어 프라이팬에서 꺼내는 차례!
보이는 대로 아무 접시에 담았는데,

거, 의외로 맛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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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말도 안돼. 억울해.


final.
맛.. 맛이요?

이 것도 맛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맛이라고 부르겠습니다만,
글쎄요- 뭐랄까. 이런 느낌이지요.

어느 더운 여름날.
동해 바다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다가, 배가 고파져서 찾아간 매점.
신라면 큰사발이 천오백원이지만, 배고프니까 역시 먹어야겠지요.
물값도 따로 내지만, 뭐 어떻습니까. 여름날의 풍물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물을 빼가서 뜻뜨미지근한 물을 넣고
5분쯤 기다려 면발을 불린 뒤에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 먹으려는 순간
입속으로 들어가는

바닷물에 젖은 머리카락.


네. 그런 느낌.
딱 그런 맛. 염분이 34.5‰쯤 되는.

...

epilogue.
그래도 다 먹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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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우유독에 빠져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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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쩌지 ...




::
앞으로 시험기간마다 포스팅하게 될지도 모르는[...]
'먹어야 산다' 시리즈. 파일럿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인데, 파일럿 답게 여러가지 미스가 있네요.
요리중에 바빠서 사진을 못 찍은게 1번 미스.
그림을 못 그린다는게 2번 미스.
요리를 못 한다는게 3번 미스.

리디큘러스하게도 3박자를 골고루 절고 있습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04/03 00:44 2008/04/03 00:44

Comment on this post!

  1. 사과 2008/04/03 07:12      

    하하하
    나도 누구 있어서 만들어줬는데
    감동을 선사했지.

    토핑크림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랄까.

    넌 누나를 따라오려면 멀었음

  2. rakhazel 2008/04/03 09:17      

    그림은 귀엽네 ㅋㅋ

    하지만 그래도 님은 패배자 루져 인생의 낙오자

  3. 양치 2008/04/03 09:41      

    이것이 바로 낙오자

  4. 슈레인 2008/04/03 09:57      

    loser

  5. sid 2008/04/03 12:08      

    맛있는거 먹고 싶다아으아으아

    • erniea 2008/04/03 13:31      

      나도 제대로 된 거 좀 먹어보고싶어 ㅜㅜ

  6. J.Strane 2008/04/04 09:26      

    루저[..]
    바닷물에 젖은 머리카락에서 웃었다.

  7. LOCKID 2008/04/04 09:39      

    이건 오늘의 국내 루저토픽감이다

    • erniea 2008/04/04 18:51      

      헐 님은 해외토픽루져

  8. WinNie 2008/04/04 16:45      

    그래도 프링글스 안샀다는데 의의를 둬야지

  9. drh 2008/04/05 12:11      

    맛있어보임.

    생긴것만요 -_-)~

    단맛을 소금으로 없애려 하시다니 ㅠ

    • erniea 2008/04/05 21:33      

      보기좋은 스파게티가 먹기는 안좋았음 ..

  10. ai 2008/04/07 01:57      

    으하하하 정말 자기 전에 실컷 웃고 ㅋㅋㅋ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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